영화 시민 케인(Citizen Kane)은 1941년 개봉한 이후 수십 년간 영화사 최고의 작품으로 불릴 만큼 레전드급 명작으로 평가됩니다. 오슨 웰스가 감독, 각본, 주연의 1인 3역을 소화한 이 작품은 언론 재벌의 일대기를 넘어 기억과 권력, 인간의 욕망에 대한 복합적인 서사로 평가 받습니다. 다음에서는 줄거리와 오슨 웰스의 연출과 연기 평가 그리고 영화사적 의미를 상세하게 살펴보겠습니다.

시민 케인 줄거리 요약
영화는 미국의 거대 언론 재벌인 찰스 포스터 케인(오슨 웰스)이 사망하면서 시작됩니다. 그는 로즈버드(Rosebud)라는 한 단어의 유언을 남깁니다. 한 신문기자가 이 단어의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 그의 생애를 취재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케인을 알고 있던 여러 인물들의 회상이 이어집니다.
케인은 어린 시절 금광을 발견한 어머니 덕분에 부유한 양부모에게 보내져 가난에서 탈출하고 상류층의 삶을 살아가게 됩니다. 이후 그는 언론 사업에 뛰어들게 되고 대중의 지지까지 얻어 막강한 영향력을 구축합니다. 하지만 점차 권력에 대한 욕심과 자존심 그리고 사랑 받고자 하는 욕망이 그를 외롭게 만듭니다.
결국 그는 두 번의 결혼 실패와 정치 실패, 친구들과의 이별을 겪으며 거대 저택인 자나두에서 외롭게 생을 마감하게 됩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로즈버드라는 단어의 뜻이 그가 어린 시절 타던 썰매의 이름이라는 점이 드러나며 그의 삶 전체가 잃어버린 순수함과 행복에 대한 갈망이었다는 점이 암시됩니다.
오슨 웰스의 1인 3역 주연 평가
오슨 웰스는 시민 케인에서 감독 뿐만 아니라 공동 각본가, 주연 배우까지 1인 3역을 소화해내며 25세라는 어린 나이에 영화사에 길이 남을 발자취를 남겼습니다.
그는 딥 포커스(Deep Focus) 촬영 기법을 통해 화면 앞뒤를 모두 선명하게 담아냈고, 저각도 촬영과 롱테이크, 조명 대비 등 당시로서는 상당히 파격적인 연출을 시도했습니다. 특히 천장을 노출한 세트 디자인은 당시 할리우드에서는 보기 드문 시도로써 권력과 공간의 심리적인 압박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데 기여했습니다.
배우로서 웰스는 찰스 케인의 20대부터 말년까지를 모두 연기해냈으며 야망으로 가득 찬 청년에서 권력에 집착하는 노인에 이르기까지 입체적이고 점진적인 변화를 설득력 있게 표현해냅니다. 특히 분장과 음성, 눈빛의 변화만으로 시간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연결한 연기는 지금 봐도 전혀 손색이 없을 정도로 훌륭합니다.
결국 이러한 연출과 연기력은 당시 할리우드의 규칙을 깨뜨리고 감정 중심의 영화에서 구성 중심의 영화로의 전환을 이끌었다는 수준 높은 평가를 받게 됩니다.

시민 케인 영화사적 의미
시민 케인은 기술적, 서사적 측면 모두에서 커다란 영화사적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첫째로 비선형 내러티브와 액자 구성을 도입하여 스토리를 직선적 흐름이 아닌 회상과 시점 전환을 통해 수시로 재구성하는 방식을 사용했습니다. 이후 수많은 영화들이 이 방식을 차용했고 복잡한 서사 구조의 가능성을 보다 넓히는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둘째로 촬영 기법과 미장센에서 새로운 언어를 창조했습니다. 딥 포커스와 조명의 강한 대비, 슬로우 팬 등은 이후 코엔 형제나 폴 토머스 앤더슨, 스티븐 스필버그 등 수많은 감독들에게 직접적인 영감과 영향을 주었습니다.
셋째로 내용 면에서도 시민 케인은 언론 권력의 허상과 인간 욕망의 이면을 조명하면서 단순 위인전이나 성공담이 아닌 복합적 인간의 내면 탐구를 시도한 최초의 영화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였습니다.
영화 비평가들은 이 작품을 모던 영화의 출발점으로 보고 AFI(미국영화연구소)와 BBC, Sight & Sound 등에서 여러 차례 영화사 최고의 영화 1위로 선정하기도 했습니다.
시민 케인은 한 사람의 삶을 돌아보면서 권력과 사랑, 상실과 회한의 감정들을 총체적으로 압축해낸 영화입니다. 오슨 웰스는 25세의 젊은 나이에 그 모든 것을 조율하였으며 영화가 예술과 동시에 시대의 기록이며 철학적인 메시지를 담아낼 수 있다는 새로운 가능성을 입증했습니다. 약 8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논의되고 회자되는 이 작품은 모든 영화 애호가가 반드시 한 번은 봐야 할 영화사의 이정표라고 할 수 있습니다.